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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고현민훈 Date2026-09-07 03:33 View2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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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안천 ECO GREEN 행사 포스터
ⓒ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힘
"덜 버리고, 오래 쓰고, 다시 고쳐 쓰자!"
가을의 문턱이라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스했던 5일 오전, 포곡중학교 운동장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교정 한쪽에서는 청소년들이 축제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고, 경안천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가족들과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제4회 마을과 함께하는 청소년 제로웨이스트 축제(2026 경안천 Eco Green)'가 열리는 현장이다.
처음엔 여느 환경 행사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그 생각은 기분 좋게 깨졌다.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어른들 대신, 축제의 진짜 주인공인 청소년과 마을 주민들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 행사장 입구에 청소년들이 기획한 제로웨이스트 축제를 알리는 포토존의 모습 2026
ⓒ 이.록
달리고, 고치고, 채우는 '진짜' 제로웨이스트
잠시 후 '1.5℃ 에코런'의 출발 신호가 울렸다. 저마다의 기후 메시지를 가슴에 단 청소년과 참석자들이 경안천 산책로 3km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갔다. 경쾌한 아이들의 발걸음을 보자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맞추며 응원의 엄지척을 날려 보냈다.
생각해보면 기후위기 대응이란 참 단순한 데서 시작한다. 자동차 열쇠 대신 운동화를 신고, 가까운 거리는 두 발이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 그 작은 선택이 곧 탄소를 줄이는 일이다. 아이들의 뒤를 따라 걸어본 경안천은 맑은 물과 녹음이 어우러져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그토록 지키자고 말하는 '지구'가 사실은 이렇게나 가까운 우리 삶터에 있었다.
달리기 끝에 이어진 생태 탐방과 체험 부스 열기도 뜨거웠다. 학생들은 '경안천 생태를 담아낸 사진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쪽에서는 자전거 타이어를 직접 교체하거나 고장 난 소형가전을 무료로 수리받기도 했다. 누군가는 집에 있던 용기를 챙겨와 친환경 세제를 담아갔고, 또 누군가는 폐현수막으로 만든 에코소잉 장바구니에 생필품을 담았다.
버리는 것보다 고쳐 쓰는 게 먼저였고, 새로 사는 것보다 다시 쓰는 게 당연한 풍경이었다.
제로웨이스트 축제장에서 만난 잔치국수
오전 프로그램을 둘러보던 중 구수한 멸치 육수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포곡읍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커다란 솥을 걸어두고 소면을 삶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국물에 면을 말아 건네는 손길이 분주했다.
제로웨이스트 축제에서 만난 잔치국수라니, 묘하게 정겨웠다. 아이들도, 주민들도 국수 한 그릇씩을 들고 삼삼오오 둘러앉았다. 처음 보는 이웃과도 국수 한 그릇을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안부를 나누었다. 환경 행사장이라기보다는 정겨운 동네 잔칫집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기후위기를 말하는 일이 꼭 어두운 표정으로 심각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걷고, 함께 배우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일. 사람을 살피는 마음과 지구를 살피는 마음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둘러본 오후 행사장은 청소년들의 활기찬 음악 공연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폭염과 집중호우, 이상기후는 더 이상 뉴스 속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 일회용품 하나 덜 쓰기, 고장 난 물건을 고쳐 쓰기,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지구를 사랑하는 법을 '몸으로' 배운 아이들
이번 축제가 유독 특별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소년이 주도하고, 주민들이 호응했으며, 마을 어른들이 따뜻한 국수 한 그릇으로 아이들의 노고를 보듬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개인의 노력이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큰 변화 역시 늘 작고 소소한 움직임에서 출발했다. 한 사람이 덜 버리고, 한 사람이 고쳐 쓰는 선택이 이웃에게 전해지고 마을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날 경안천에서 기후위기 교육의 진짜 답을 보았다. 교과서 속 아늑한 교실이 아닌, 직접 달리고 만지고 고치며 웃었던 현장 그 자체였다.
어쩌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은 "지구를 사랑하라"는 말 한마디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구를 다정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어른들의 뒷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기후교육이다.
경안천에서 시작된 이 유쾌하고도 절박한 초록빛 울림이 더 많은 마을로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 고장 난 물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