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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고현민훈 Date2026-08-16 09:01 View187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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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중국 관광객이 몰래 촬영한 문천 기차역 인근 마을 풍경. 문천 시내의 땅 색깔은 모두 이렇다. 멀리 산에도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구글 검색.
북한이 강원도 문천에 해군기지를 열심히 건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김정은은 6월 22일 노동당 중앙위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대형 전투함선을 계류할 새 해군기지를 하루빨리 완공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다음날 열린 최현함 취역식에서도 같은 지시를 또 반복했습니다.
김정은이 언급한 새 기지에는 서해 남포항과 동해 나진항에 각각 계류 중인 최현호와 강건함이 옮겨올 것으로 보입니다.
문천은 일제 강.기 때부터 해군기지가 있었던 곳입니다. 호도반도와 갈마반도가 감싸안은 원산만 안에 있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엔 최적의 위치입니다.
문천에 동해의 기함이라고 할 수 있는 강건함이 옮겨온다면 아마 동해함대사령부 전체, 또는 함대사령부의 핵심 부서들이 이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문천의 새 해군기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죽음의 도시’ 문천에 해군기지라. 저기에 들어오는 해군 장병들과 가족들은 뭔 죄를 지었길래 저런 비극에 노출되다니….”
● 노인이 없는 도시 문천
그렇습니다. 문천은 죽음의 도시입니다. 만약 저에게 “북한에서 가장 살고 싶지 않은 도시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문천을 찍을 겁니다. 동해안 주요 공업도시 인근도 심각하게 오염됐지만, 왜 그중에서도 문천을 선택했을까요.
문천 시내에 있는 여러 개의 대형 제련소들 때문에 환경오염이 특히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천에는 일제 시기 건설된, 노동자 5000명 이상이 소속된 문평제련소가 있습니다. 또 9월 21일 제련소, 아연 제련소 등 북한 제련 공업의 중추가 이 도시에 있습니다. 또한 석회질소 비료 공장도 인근에 있습니다.
이들 제련소에서 금, 은, 납, 조연, 아연, 황산, 안티몬, 주석, 카드뮴 등이 모두 수십만 톤 이상 생산되는데, 고난의 행군 때에도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제련소 굴뚝들에서 내뿜는 뿌연 연기는 문천 시내를 자욱하게 뒤덮습니다. 아황산가스, 수은을 가득 머금은 죽음의 연기입니다. 외부인이 문천에 가면 지독한 공기 냄새 때문에 코부터 막아야 하지만, 문천 사람들은 습관이 돼 아무렇지 않아 합니다. 납, 아연 제련 과정에 나오는 카드뮴은 제련소 폐수에 섞여 땅속에 들어가 이타이이타이병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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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천 제련소에서 일했던 탈북민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문천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60세 넘은 할아버지를 본 일이 없습니다. 60세 넘은 할머니도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문천에선 사람이 60세 이상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현지 사람들도 압니다.
문천의 제련소에서 일하면 여성들은 시집을 가지 못합니다. 3~4년 이내의 제련소 근무 경력이라면 시집을 갈 수 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20대 중반 이후까지 제련소에서 일한 여성이라면 부인이나 며느리로 삼기 꺼립니다. 제련소 여자들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래서 문천 제련소엔 노처녀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연 생산할 때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이때 나오는 가스가 나쁘단 것은 알지만, 저도 모르게 마시죠. 목구멍으로 달달한 느낌이 꼴깍 넘어가는 게 느껴집니다.” 앞서 언급한 탈북민의 회상입니다.
제련소 구내엔 뿌연 중금속 먼지가 두껍게 쌓여있습니다. 걸으면 먼지가 풀썩풀썩 일어납니다. 주변 농장들은 제련소 연기 때문에 농사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불만이 많아도, 당국에 보상을 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문천에선 사람만 살기 힘든 것은 아닙니다. 문천 바로 옆 원산에서 온 탈북민은 “문천은 땅 색깔이 다르다. 그곳에선 염소와 같은 풀 먹는 동물은 살지 못한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동물만이 아닙니다. 문천 앞바다엔 물고기도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바다를 끼고 있음에도 수산업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천시를 중심으로 새 해군기지와 김정은의 별장,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위치를 표시한 구글어스 지도.
● 제련소가 ‘꿈의 직장’인 이유
이런 죽음의 땅이지만, 당국에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는 제련소 종업원들도 자기들끼리 공해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못 견디겠다고 하면 비판받고 쫓겨나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제련소에도 사람들이 들어오겠다고 줄을 섰습니다. 문천 사람들에게 제련소는 ‘꿈의 직장’입니다.
왜냐하면, 제련소는 배급을 잘 주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행군 때도 잡곡이 아닌 쌀로 배급을 빼먹지 않고 주었습니다. 설날, 김 부자 생일, 광복절, 정권 수립일, 당 창건일 등 명절마다 기름, 설탕, 조미료 1㎏씩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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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에 한 번꼴입니다. 가끔 생선도 줍니다. 이런 공급은 북한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 문천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굶어 죽었습니다. 하지만 제련소 종업원들은 굶어 죽지 않았습니다. 제련소에서 나오는 비철금속은 외국에 팔 수 있는 북한의 핵심 외화벌이 원천입니다. 그러니 제련소 사람들은 굶어 죽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제련소 사람들은 배급과 수명을 바꾸는 셈입니다. 그래도 제련소에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더 나은 조건이니 쫓겨날까 봐 감히 근무환경이 어떻다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제련소에서 제일 중시하는 작업장은 금과 은을 제련하는 곳입니다. 높은 담장으로 막힌 이곳은 무장 보위대가 경비를 서는데, 같은 공장 사람도 내부를 훔쳐보기 어렵습니다.
금·은 생산 종사자는 100% 남성입니다. 출근 시간엔 홀딱 벗기고 검사를 한 뒤 작업복으로 갈아입히고, 퇴근 때도 알몸 검사를 철저히 합니다. 그럼에도 금을 삼키고 나왔다가 걸려 공개 총살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금을 빼돌렸다는 것은 장군님의 돈을 훔친 것이나 마찬가지인, 북한에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에 목숨을 부지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죽음의 연기에 휩싸인 문천은 김정은이 야심 차게 건설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12㎞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물론 이곳까진 연기가 바람에 실려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지형으로 볼 때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원산만 바깥에 있어 해양 오염도 적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산만에 있는 또 다른 북한의 유명 관광 지역인 송도원 바닷물은 중금속에 오염됐을 확률이 높습니다. 송도원과 문천은 해안을 따라 8㎞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송도원 바로 옆에서 김정은이 태어났고, 또 가장 애용하는 별장인 602초대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역시 문천에서 8㎞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문천에선 남쪽으로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것일까요. 물론 김정은과 그의 일가는 최상급 먹거리를 공수해 먹고, 앞바다에서 놀 필요가 없이 최고급 요트를 타고 멀리 금강산 인근 별장에 가서 놀면 됩니다.
김정은이 2024년 9월 문천 탑천만 해군기지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모습. 김정은 옆에서 현장을 열심히 설명하는 김명식 해군사령관은 9개월 뒤 강건함 진수 사고로 자신이 숙청돼 사라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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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기지에서 벌어지는 비극
북한이 건설하는 새 해군기지는 제련소 단지에서 북쪽으로 12㎞ 정도 떨어진, 문천 탑천만에 있습니다. 이 정도 거리면 문천 시내와 환경 사정은 좀 다를 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해군 가족들도 먹거리를 문천 시내에서 사 와야 하고 원산만 환경권에서 살아야 합니다. 아무런 피해가 없다곤 할 수 없습니다. 단 60세 이상까지 군복무를 할 순 없으니, 제대해서 고향에 돌아가 일찍 죽어도 문천에서 받은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긴 어렵죠.
그런데 어쩌면 문천에선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한가로운 것일지 모릅니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련소에 입사하겠다고 줄을 선 사람들처럼, 군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문천에 건설되는 해군기지 공사에 동원됐던 군인에게서 실상을 들었습니다.
군인 1만5000명이 동원됐는데, 뇌물을 주고 빠진 군인이 절반 정도라 실제 작업 인원은 7000~8000명 정도라고 합니다. 기계 장비라고 할 수 있는 포크레인은 단 1대이고 수시로 고장이 나는 화물차가 2~3대 있습니다. 방파제 건설에 필요한 모든 작업의 대다수는 수작업으로 합니다.
아침 4시 기상. 5시 작업 시작, 12시에 30분 정도 。심시간, 다시 밤 12시까지 작업을 합니다. 막사는 임시로 대충 지은 움막. 가랑잎을 넣은 마대 위에서 수십 년도 더 사용한, 이가 바글거리는 누더기 모포를 덮고 잠을 잡니다. 그래도 3시간 정도밖에 잘 수 없으니 모두가 기절하듯 쓰러져 잡니다.
아침에 세수는 어림도 없고, 이를 닦을 시간이 있는 날은 행복한 날입니다. 일주일에 씻을 수 있는 시간은 단 한 번 정도인데, 그러다 보니 병영이라고 들어가도 악취 때문에 숨쉬기도 어렵습니다.
먹는 것은 옥수수밥과 염장무 반찬이 다입니다. 매일 쓰러지는 군인들이 속출합니다. 들을수록 저런 지옥에서 어떻게 견딜까 싶어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김정은이 해군기지를 하루빨리 완공하라고 했으니, 지금 어떤 지옥도가 펼쳐졌을지 상상하기조차 끔찍합니다. 최근 한반도를 덮친 폭염 속에서 얼마나 많은 작업자들이 쓰러져 갔을까요.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목숨 바쳐 수행하자”는 구호 앞에 한낱 군인들의 목숨은 아무렇지도 않게 소모가 될 것입니다. 군인들에게 지금 주둔하고 있는 문천이 얼마나 죽음의 땅인지 설명해 줘도 “지금 도대체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거냐”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오늘이 지옥인 자들에게 서서히 죽어가는 지옥 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한낱 군인들의 목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