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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고현민훈 Date2026-09-23 01:57 View190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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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의 기획력은 가히 파격적이다. 2024년 도이체 그라모폰 데뷔 앨범에서 스크랴빈 작품을 해체해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독일에서 온 스물아홉 살의 연주자, 아살의 머릿속에는 어떤 세계가 숨 쉬고 있는 걸까.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c) Michael Reinkhpuqfce
10월 리사이틀 투어
세계 굴지의 클래식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이 10월 한국을 찾는다. 콩쿠르라는 정해진 길 대신 창의적인 프로그램 기획력으로 이름을 알린 독일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다. DG는 그를 “타고난 즉흥연주자이자 예리한 사유가”라고 평가한다.
내한 무대를 한 달여 앞두고 베를린 자택에 있는 그와 화상으로 만났다. 클래식계를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존재감만큼이나 그의 한마디도 남달랐다. “제 머릿속엔 음악이 멈추지 않고 흘러나와요. 지금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음악이 흐르고 있죠. 가끔 끄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제 안의 ‘악령(demon)’ 같은 존재예요.”
심연으로 떠나는 여정
아살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4년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무대에 섰던 그가 이번에는 리사이틀 투어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10월 5일 대전을 시작으로 수원(6일), 서울(20일), 강릉(21일)으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한국 관객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요. 그래서 혼자만의 연주가 아니라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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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살에게 프로그램 기획은 단순한 곡의 나열이 아니다. 각기 다른 시대의 작품이 마찰하며 만들어내는 긴장 속에 하나의 서사를 구성하는 일이다.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뤄야 하고, 중심을 잡아줄 뼈대가 필요하죠.”
이번 내한 공연 프로그램 역시 아살의 오랜 고민 끝에 나왔다. 10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베토벤의 첫 번째 피아노 소나타(1번)로 문을 열고, 피아노 소나타(32번)로 끝맺는다. 혈기 왕성하던 거장의 청년기 작품과 세상을 떠나기 약 5년 전 대작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구조다.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c) Michael Reiohqkwnoxe
두 곡 사이에는 다른 작곡가의 작품이 징검다리처럼 놓인다. 버르토크의 초기작 ‘세 개의 벌레스크’,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과 레라 아우어바흐의 ‘엠마 하우크의 러브 레터’다. ‘엠마 하우크의 러브 레터’는 조현병을 앓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한 독일 여성의 비극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엠마 하우크는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 ‘여보, 돌아와요(Herzensschatzi, komm)’라는 문장만 수천 번씩 반복해서 적었어요. 마치 주문처럼요. 비극적이면서 충격적인 선율이에요.” 아우어바흐가 아살에게 헌정한 이 작품은 아시아 초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아살은 이번 공연에서 “인간의 어두운 심연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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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 길의 끝에는 언제나 빛이 있어요. 다만 그 빛이 환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수많은 어둠의 잔상을 품고 있죠.”
건반 위의 펜싱 ‘즉흥연주’
투어마다 프로그램 구성이 다른 。도 눈길을 끈다. 아살은 강릉과 대전에서 즉흥연주를 결합한 드뷔시의 프렐류드를 연주하고, 수원에선 베토벤을 주제로 한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전 다양성을 사랑해요. 매일 밤이 다르고 공연장과 관객, 피아노도 매번 바뀌잖아요. 프로그램에 유연함을 불어넣고 싶었어요.”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c) Michael Reipbymxhvze
아살의 즉흥연주는 여덟 살 때부터 시작됐다. 즉흥연주야말로 음악이 지닌 찰나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시 반복될 수 없다는 。이 바로 음악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미술품처럼 어딘가에 놓고 두고두고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음악을 만든다는 건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일이고, 그게 음악의 마법이라고 생각해요.”
아살의 일상은 온통 음악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최근에는 새로 배우기 시작한 펜싱에 푹 빠졌다. 그는 “펜싱은 상대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운동”이라며 “즉흥연주를 할 때도 나 자신과 겨루듯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24년 내한 당시 앙코르만 여섯 곡을 선보인 아살. 최근 한 한국인 연주자가 10곡의 앙코르로 기록을 세웠다고 하니 웃으며 이렇게 전했다. “더 많이 연주할 준비가 돼 있어요. 관객이 원한다면 얼마든지요!”
관객, 피아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