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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고현민훈 Date2026-09-22 01:53 View114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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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이란 무엇인가
엄마가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12세 초등학생 아들을 혼내자, 아들이 엄마에게 대들면서 엄마의 팔을 주먹으로 때렸다. 엄마는 아들을 붙잡고 타일렀으나, 아들은 이를 뿌리치면서 발로 엄마의 배를 차고 욕설을 하였다. 엄마는 평소 '사랑의 매'로 정해놓은 죽비를 꺼내 아들의 발등을 1대, 등을 1대 때렸다. 여느 평범한 집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 사례에서 엄마는 훈육을 한 것일까. 학대를 한 것일까.
훈육을 목적으로 한 부모의 체벌을 법적으로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논란이 되어 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법률 용어로 '체벌'을 정의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 체벌이 무엇인지는 시대 상황과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다. 그뿐 아니라, 한 사회의 교육 이념과 가정의 기본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 아동의 인권 보장 상황 등에 따라 그 허용 여부와 범위가 변화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훈육자가 일정한 교육 목적을 가지고 가하는,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징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법은 부모의 체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과거 우리 민법은 제915조에서 '친권자는 보호 및 교양 목적으로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를 근거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체벌이 허용된다는 해석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정인이 사건' 등을 계기로 이 조항에 대한 논란이 야기되자 2021년 개정으로 삭제되었다.
한편, 아동의 복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1961년 제정된 아동복지법은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를 금지하였고, 2000년 법개정을 통해 '학대'의 유형을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 등으로 구체화하였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행위'를 신체적 학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신체적 학대행위를 "신체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신체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신체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2021도1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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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대한 징계권 조항이 민법에서 삭제되었다고는 하나, 자녀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미한 체벌을 정당하다고 볼 것인지, 학대행위로 볼 것인지 그 경계가 여전히 불분명한 면이 있다. 훈육은 개념상 징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데다가 부모의 '체벌'은 경우에 따라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부모의 체벌이 아동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행한 징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다(2020헌마1415). 몇몇 하급심 판례에서도 부모의 경미한 체벌에 대하여 아동의 신체 건강 및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위험이나 가능성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예가 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부모의 체벌이 경우에 따라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전제하면서도 그 요건인 목적의 정당성,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인정에 매우 엄격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판례를 통해 살펴보는 체벌에 대한 기준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죽비로 아들을 때려 신체적 아동학대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된 엄마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엄마의 행위가 명백하게 훈육이 필요한 상황에서 훈육 방법으로 미리 정하여 놓은 도구를 이용했으며 순간적인 격분이나 감정에 의해 비합리적이거나 비훈육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엄마의 체벌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기소유예 처분은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2020헌마1415).
이모부가 숙제를 하지 않는 11세 조카를 무릎 꿇게 한 후 파리채로 발바닥을 때린 사례도 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훈육 목적으로 도구를 이용하여 1회에 그친 제한된 방식의 체벌이었고, 아동 역시 자신의 잘못으로 벌을 받았다고 인식하였으며, 감정을 못 이겨 한 무차별적 구타나 상해를 가한 정도가 아니었다는 。에서 신체적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광주지법 2023노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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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남의 물건을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친부가 회초리로 8세, 10세 아들의 엉덩이를 5대씩 때리고,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때리고 넘어뜨려 코피가 나고 멍이 들게 한 사례(창원지법 2025고정916), 여동생을 돌보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모가 6세 딸의 등과 손을 철제 옷걸이로 10여 회 때려 상처를 입힌 사례(대전지법 2018고단2057)에서는, 유형력의 정도와 부위, 체벌 경위 등을 고려하여 신체적 학대행위를 인정하였다.
결국 부모의 체벌이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체벌의 동기와 경위, 정도, 그로 인한 상해 등의 결과, 체벌 직후 체벌자의 태도, 아동의 반응, 평소 부모의 양육태도와 성향, 아동의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인 사안에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 형법 제43조가 보여주는 다른 접근
캐나다 형법 제43조는 "모든 교사, 부모 또는 부모를 대리하는 위치에 있는 성인이 자신의 보호 아래 있는 학생이나 자녀에 대하여, 훈육의 목적으로(by way of correction) 합리적인 범위를 넘지 않는 한(if the force does not exceed what is reasonable under the circumstances),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the Spanking Law'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규정은, 보호자의 체벌에 대하여 일정한 경우 그 위법성을 배제하고 있어 캐나다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찍이 캐나다 어린이 재단이 위 조항에 대하여 아동의 신체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04년 캐나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오직 부모, 교사 등 아동의 보호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비교육적인 목적으로 유형력을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행사할 수 있는 유형력의 방식과 정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합헌이라고 판결했다[Canadian Foundation for Children, Youth v. Canada, [2004] 1 S.C.R. 76, 2004 SCC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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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위 판결은 체벌이 허용되는 '합리적인 범위'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즉, ① 2세 미만의 유아나 12세를 초과한 청소년, 장애 또는 다른 이유로 인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더라도 훈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닐 것 ② 모욕을 주거나 비인간적이고 해로운 행동, 물건을 이용한 훈육 또는 주먹이나 손으로 머리를 때리는 방법이 아닐 것 ③ 모든 행동은 반드시 훈육의 목적이어야 하고, 체벌자의 화나 인내심의 상실 또는 공격적인 성격에서 비롯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캐나다 형법 제43조 합헌론자들은, 부모들의 우려, 즉 자녀에 대한 훈육을 이유로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예측가능한 법'으로써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체벌이 정당화될 수 있는 요건을 법률로 제한하고 있는 캐나다의 법제는 훈육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보호자의 체벌에 대하여 그 한계를 설정하는 관.과 접근 방식에서 우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준 정립이 필요한 시.
우리 법제는 아동복지법의 수범자들에게 '체벌을 가하면 형사 법정에 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을 출발。으로 한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훈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체벌의 한계가 사법적 해석을 통해 결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훈육과 학대를 결정하는 것은 개별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판단과 종국적으로는 법원의 판결이다. 개별적 사례에서 판례에 따라 기준과 한계가 결정되기 때문에 체벌 행위가 종료된 뒤에 구체적인 사안별로 그 위법성 여부가 결정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예측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반면, 아동 인권 보호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와 캐나다 중 어느 관。, 어느 접근 방식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느 방식에 따르든 아동은 신체적인 학대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은 자명하다. 그러나, 부모의 훈육 또한 쉽게 부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올바르게 이끌고 교육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기 때문이다.
자녀를 어떻게 인도하고 잘 가르쳐야 하는지가 부모에게 주어진 숙제이듯이, 부모의 체벌에 대하여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가르는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주어진 숙제라고 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기관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정수정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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