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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고현민훈 Date2026-09-18 23:22 View181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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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식당의 비결] 인도 찬디가르 ‘나르’
꽃과 달걀 노른자 등으로 장식한 ‘양 목살 구이’. [사진 나르]
인도는 최근 5년간 연 7~9%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왔다. 빠른 경제 성장과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35세 이하 젊은 소비층은 새로운 레스토랑 수요를 만들었다. 이 수요에 응답하듯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셰프들과 현지의 젊은 셰프들은 인도 각지의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현대적인 다이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인도는 하나의 나라라기보다 여러 식문화권이 공존하는 대륙에 가깝다. 한국인에 친숙한 인도 음식들은 주로 북인도, 특히 펀자브와 무굴계 음식의 영향을 받았다. 이를 인도 음식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광둥요리 몇 가지를 맛본 뒤 중국 음식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 넓고 다양한 인도의 식문화 가운데서도 특히 낯선 곳이 북부 히말라야 지역이다. 높은 산과 계곡이 이어지는 이곳에선 고도와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곡물과 채소, 야생 허브들이 자란다.
히말라야 음식을 현대적인 요리 언어로 보여주는 곳, 오늘의 목적지는 레스토랑 ‘나르(NAAR)’다. 인천공항에서 인도 뉴델리를 경유해 인도 북부 찬디가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뒤, 다시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두 시간 가까이 올라가야 한다. 인도 현지인이라 해도 여행하다 우연히 들를 만한 곳이 아니다. 예약을 먼저 하고 그 예약에 맞춰 항공편과 숙소, 이동 경로를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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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당을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destination restaurant)’이라고 한다. 반드시 외딴 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숲이나 산, 절벽이나 해안처럼 장소의 성격이 뚜렷한 곳에 자리한다. 셰프는 주변 농장과 산, 바다에서 얻은 제철 식재료로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코스 안에서 풀어낸다. 손님은 음식뿐 아니라 풍경과 이동 과정, 셰프가 들려주는 지역 이야기까지 함께 경험한다. 식사가 여행의 일부가 아니라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유)이 되는, 나르도 그런 곳이다.
나르의 오너셰프 프라틱 사두. [사진 나르]
필자가 히말라야 산중턱의 작은 마을 다르와에 도착했을 했는 때는 해가 저문 뒤. 숙소 주변에는 불빛이 없었고, 어둠 속으로 산의 윤곽만 어렴풋이 보였다. 식사는 다음 날 。심. 내일을 기대하며 낯선 히말라야에서 잠을 청하는 것부터가 ‘경험’의 시작이었다. 다음 날 나르의 오너셰프 프라틱 사두는 필자를 산길로 인도했다. 레스토랑까지 이어지는 산길 전체가 나르의 농장이다. 토란잎·무·콜리플라워·마늘·고추가 산비탈을 따라 자라고 군데군데 호박과 강황, 식용 꽃과 각종 베리류가 보였다.
히말라야 풍광을 보며 웰컴 샴페인을 마시는 손님들. [사진 나르]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샴페인과 한입 거리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 히말라야 풍광을 안주 삼아 마시는 샴페인이라니!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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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빵 위에 부드러운 송어 뱃살을 두툼하게 올린 나르의 대표 메뉴 ‘더티 토스트’. [사진 나르]
본격적인 식사는 세 시간 가량 이어졌다. 나르의 대표 메뉴인 ‘더티 토스트’는 쫄깃한 발효 빵 위에 부드러운 송어 뱃살을 두툼하게 올리고 알싸한 겨자와 진한 양파 소스를 흘러넘치도록 끼얹은 요리다. 이름처럼 손에 소스를 묻혀가며 먹는 히말라야식 오픈 샌드위치다. 주니퍼잎 연기로 향을 입힌 양 목살은 꽃과 견과류 향이 은은한 쌀, 부드러운 달걀 노른자와 함께 낸다. 노른자를 터뜨려 밥과 고기에 섞으면 양고기의 짙은 풍미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에는 지역 사과와 살구로 만든 달콤한 잼, 새콤하고 고소한 대마씨 소스, 톡 쏘는 발효 죽순 피클을 곁들인다. 기름진 고기 한 .에 단맛과 신맛, 발효 향이 차례로 겹치는 구성이다. 라다크의 빵과 히마찰의 송어, 카슈미르의 쌀, 인도 동북부의 발효 식재료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창밖 날씨는 여러 번 바뀌었다. 히말라야 각지에서 가져온 재료를 먹는 동안, 창밖에서는 그 재료가 자란 산맥이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접시 밖 풍경과 접시 안 음식이 하나로 이어진 느낌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도시의 다이닝 룸에서 먹었다면 이토록 또렷하게 기억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설계의 중심에는 프라틱 사두 셰프가 있다. 그는 미국의 요리학교 CIA를 졸업한 뒤 ‘노마’ ‘알리니아’ ‘프렌치 론드리’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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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북유럽의 자연과 발효, 실험적인 조리 기술, 재료 중심의 정교한 파인다이닝을 대표하는 레스토랑들이다. 인도로 돌아온 그는 2016년 뭄바이에 레스토랑 ‘마스크(Masque)’를 열었다. 유럽 요리를 재현하거나 인도 음식을 서구적으로 다듬는 데 집중하던 당시의 파인다이닝과 달리, 그는 인도 각지의 식재료를 세계적인 요리 기술로 재해석 했다. 마스크는 인도를 대표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가 다음 식당을 뭄바이나 델리에 열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텐데, 그의 선택은 히말라야였다.
1986년 카슈미르 바라마울라에서 태어난 사두 셰프는 분쟁이 격화되자 가족과 함께 한밤중에 고향을 떠나야 했다. 난민촌과 각종 도시를 옮겨 다니는 동안 가족은 언어와 음식으로 떠나온 고향을 기억했다. 사두는 히말라야로 돌아온 자신의 선택을 두고 “산은 늘 나를 불렀고, 이제야 그 부름에 답했다”고 했다. ‘나르(NAAR)’는 카슈미르어로 불을 뜻한다. 음식을 익힐 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두는 자신을 이곳까지 이끈 내면의 열망을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했다.
좋은 여행지에 좋은 식당이 있는 것과, 한 식당이 그곳을 여행의 목적지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나르는 히말라야의 재료와 풍경, 그곳을 떠났다가 돌아온 한 셰프의 이야기를 엮어 인도의 산중에 새로운 목적지를 만들었다.
박희은 자유기고가. 기술과 문화가 만나는 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벤처투자자. 전 세계 도시를 오가며 로컬 미식·공간·사람을 통해 문화의 결을 읽는 것을 즐긴다. 셰프를 하나의 창업자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미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최고의 레스토랑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밤중에 고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