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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고현민훈 Date2026-09-19 16:22 View158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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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면 기후, 환경, 동물에 대해 알아야겠죠.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가 4주마다 연재하는 ‘인류세의 독서법’이 길잡이가 돼 드립니다.
1991년 2월 이라크군이 일으킨 쿠웨이트 유정 화재의 여파로 같은 해 4월 검은 연기가 일대 상공에 퍼져 있다.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STS-37에서 촬영됐다. NASA 지구관측소 제공
1997년 여름, 히말라야 시샤팡마 북서 사면 해발 7,000m 다쑤오푸 빙하에서 과학자들이 15m짜리 얼음기둥을 뽑아 올렸다. 분석 결과 1991년 초반을 가리키는 층에서 황산염 농도가 튀어 올랐다. 과학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 때문이 아닐까요?”
1991년 2월, 퇴각하던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유정 600곳 넘는 곳에 불을 질렀다. 그 뒤 페르시아만의 하늘은 온통 시커먼 연기와 검댕으로 뒤덮여 검은 비가 내렸고, 주변국의 기온도 4~10도 떨어졌다. 유정의 검은 연기가 강력한 편서풍을 타고 수천 ㎞를 날아 히말라야 빙하에 상륙한 것이었다. 2018년에는 파미르고원의 무즈타그 아타 빙하의 얼음기둥에서 검은 띠(블랙카본)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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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카본은 하얀색 빙하를 녹이면서 온난화를 강화하는 양의 되먹임고리에 진입하게 한다.
지난달 26일 빙하와 암석이 붕괴해 발생한 네팔 대홍수로 1,300명 이상 숨졌다. 35년 전 걸프전이 떠올랐다. 다쑤오푸 빙하에서 수십 ㎞밖에 되지 않은 거리다. 물론 1991년의 검은 연기가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석탄과 석유 그리고 전쟁은 모두 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차 체감하고 있다.
황금의 샘(전 2권)·대니얼 예긴 지음·김태유 옮김·라의눈 발행·1,456쪽·5만5,000원
국제정치학자 대니얼 예긴이 1991년 쓴 책 ‘황금의 샘’은 석유를 둘러싼 150년을 추적해 퓰리처상을 받은 이 분야 명저다. ‘석유의 창세기’라 이름 붙인 제1부, 19세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분 ‘오일 붐’을 다룬 대목부터 압권이다. 미국의 자본주의 그리고 탐욕과 무한경쟁의 문화는 석유 지대에서 기름을 뽑아 올리며 자랐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도 이 대목에 기대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한 지방신문 편집자가 1865년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 지역에서 석유와 땅에 대한 열기는 이미 유행병이 되어 버렸다. (…) 말하고, 보고, 행동하는 방식이 6개월 전과는 판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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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만을 추구한 가운데, 교회와 같은 성역은 버려졌으며 반세기 동안 지켜온 모든 습관, 생각, 유대관계 등이 뒤집어졌다.” 그리고 그는 "이 거품은 머지않아 터져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름값 폭락’을 예견한 것이었지만, 이 유행병은 지구의 대사 작용을 바꾸어 160여 년 뒤 네팔의 ‘물폭탄’으로 나타났다.
이 책에 네팔은 없다. 히말라야도 없다. 빙하라는 단어는 1,300쪽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장은 1991년 걸프전에서 끝난다. 새로운 이슈인 기후변화와 환경운동의 발흥을 살짝 언급하고서 말이다. 20세기 석유의 역사를 가장 촘촘히 쓴 책이 정작 석유가 자연에 일으킬 잠재적 폭발력은 대수롭지 않게 다뤘다. 이 책의 초판이 1991년 쓰인 .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역사를 써야 할까? 기후위기 시대에 역사는 더는 정권의 교체와 경제 패권의 이동, 기술의 발전만이 아니게 됐다. 인간은 자연에 영향을 주고 자연은 인간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도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150년 전 미국에서 오일 붐이 일 때, 누구도 기후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포개 읽어야 한다. 중동의 검은 연기가 네팔의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을 알아야 한다. 다쑤오푸 빙하는 1991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인간이 저지른 악행을 새긴 빙하들이 붕괴되고 있다.
남종영 성공회대 외래교수
을 뽑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