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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고현민훈 Date2026-09-29 22:19 View0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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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장성들의 가담 여부는 일부 정치군인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개인의 의지보다 직무와 직책에 따라 결정됐다. 지휘부를 비롯해 주요 자리에 있었던 장성들은 자의든 타의든 내란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핵심 보직이 아닌 덕분에 계엄사령부 지휘계통에서 벗어난 장성들은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계엄 당시 보직이 장성들의 생사를 좌우한 셈이다.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은 지난 8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직권남용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지난해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기소한 내란중요임무종사죄와는 별개 혐의다. 공소장에 따르면, 방첩사는 여인형이 사령관으로 부임한 2023년 11월부터 1년간 16종의 군 고위직 인사 관련 문서를 작성했다.
그중에서도 2024년 8월 이후 생산된 ‘군 수뇌부 인사안’(2024.8.13.), ‘24년 후반기 장군인사 인사 검증 결과’(2024.8.23.), ‘육군 중장 인사 검토 결과’(2024.10.25.) 등의 문서에는 비상계엄에 대비한 흔적이 있다. ‘법무병과 관련 검토 의견’(2024.8.19.), ‘정훈병과 장군 인사 검토 결과’(2024.10.25.) 등 특정 병과 장성 인사를 기획한 문서도 눈길을 끈다. 이는 그간 알려진 ‘김병주 리스트’ ‘최강욱 리스트’ 등 이른바 방첩사 블랙리스트와는 다른 성격의 문서다.
<뉴스타파>는 5개의 방첩사 명단에 올랐던 장성들의 진급과 보직 등 인사 내용을 다각도로 분석해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다. 권력 가까이 있던 장성은 침몰하고, 권력에서 떨어져 있던 장성은 생존했다. 방첩사 명단에 올랐던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살아남았다. 강 장관을 비롯해 비상계엄으로 희비가 엇갈린 장성들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공개한다. 1편에서 소개된 장성들과 겹치는 경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한번 계급과 직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김봉수 합참 차장을 내쳐라”
2024년 10월 25일, 방첩사는 ‘육군 중장 인사 검토 결과’라는 문서를 생산한다. 여기에는 김봉수 76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중장, 육사 47기), 정진팔 교육사령관(중장, 육사 48기), 김성민 육군 5군단장(중장, 육사 48기), 김흥준 육군본부 정책실장(소장, 육사 49기), 김진철 육군 종합군수학교장(소장, 학군 30기), 박성훈 합참 민군작전부장(소장, 3사 29기) 6명의 장성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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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 김봉수, 정진팔, 박성훈은 한 달 뒤 보직이 바뀌었다.
문서 내용을 보면, 김봉수는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던 듯싶다. ‘합참 차장에 정진팔 중장을 보임시키고 김봉수 장군은 전역 조치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김봉수는 방첩사가 2023년 11월 작성한 ‘김병주 주요 연고자’ 명단에도 포함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군맥이라는 의미다. 공소장에 따르면, 여인형은 해당 방첩부대원들에게 “김봉수 장군 대장 미진급과 합참 차장 미유임 방안을 검토하고, 대신 정진팔 장군을 합참 차장에 부임시키는 논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정진팔은 김봉수의 육사 한 기수 후배였다. 겉보기에는 정진팔이 승자이고 김봉수는 패자였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두 사람의 운명을 뒤바꿨다. 김봉수 후임으로 비상계엄 5일 전인 2024년 11월 28일 합참 차장에 오른 정진팔은 계엄사 부사령관을 맡았다가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 2월 파면됐다. 반면, 합참 차장이 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쫓겨나다시피 교육사령관으로 옮겨간 김봉수는 정진팔이 파면되던 달에 ‘무사히’ 전역했다.
합참 민군작전부장 박성훈은 비상계엄 3일 전인 2024년 11월 30일 한직인 육군3사관학교장으로 발령 났다. 합참에 남아 있었다면 자칫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 지난 1월 육군 교육사 교리발전부장으로 옮겨간 그는 8월부터는 교육사령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방첩사는 2024년 10월 25일, ‘정훈병과 장군 인사 검토 결과’라는 문서도 작성했다. 여인형은 방첩부대원들에게 “박성훈 대령(육사 50기)을 진급시킬 논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언급된 박 대령은 정훈병과로, 위에 언급된 박성훈 소장과는 동명이인이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정훈실장 내정자의 항변
박성훈 대령은 당시 국방정신전력원 정책연구부장이었고, 육군 정훈실장은 육사 한 기수 후배인 문홍식 준장이었다. 그해 11월 12일, 두 사람은 국방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세미나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박성훈 인사안은 육본과 협의 없는 방첩사의 일방적 계획이었다. 11월 25일 박성훈은 육군 준장 진급 예정자 52명에 포함되면서 문홍식의 후임 정훈실장으로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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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발령 시.은 이듬해 1월이었다. 그사이에 비상계엄이 발생했다.
비상계엄 당시 박성훈은 준장(진)으로, 충남 논산에 있는 국방대학교에서 고위정책과정(장군 진급반)을 이수하고 있었다. 박성훈에 대한 국방부 징계처분서에 따르면, 그는 계엄 당일인 2024년 12월 3일 23시 30분 문홍식으로부터 “지금 비상상황이다. 육본으로 들어와야 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12월 4일 01시 20분 계룡대(충남 계룡시)에 있는 육본 지휘통제실에 도착했다.
인생의 갈림길이었다. 박성훈은 육본 소속이 아니라서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이 없었다. 문홍식이 자신의 출입증으로 박성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문홍식은 박성훈을 고현석 육군참모차장한테 인사시키면서 자신의 후임자로 소개했다. 박성훈은 그 자리에서 서울 출장 준비를 지시받았다. 징계처분서에는 문홍식이 박성훈에게 “병과장(정훈실장, 문홍식 본인)은 육군 현안(20기동여단 사망사고)을 맡을 테니 박 대령은 합참에 올라가 증원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박성훈은 12월 4일 03시 계룡대 본청 동문 앞에 대기 중이던 합참행 계엄버스에 올랐다가 04시 03분 계룡대로 복귀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군 관계자에 따르면, 박성훈이 문홍식한테 “아직 정훈실장으로 부임하지도 않았는데 왜 내가 가야 하느냐”고 물었는데, 문홍식이 “어차피 박 선배가 후임자이고 나는 곧 옷 벗을 사람이니 박 선배가 가는 게 맞다”라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한다. 그런 사정으로 박성훈이 정훈실장 내정자로서 계엄 업무를 맡게 됐다는 것이다. 공식 직책은 계엄사 보도처장.
뒷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박성훈은 “정훈실장한테 속았다. 나는 안 가려 했는데 정훈 실장이 강권해 어쩔 수 없이 버스에 탔다”라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홍식은 자신도 윗선에서 지시를 받은 것이라면서 버스에 탈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 스스로 타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성훈은 분한 마음에 한때 문홍식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검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훈은 준장 진급 인사가 났음에도 계엄 여파로 별을 달아보지도 못했다. 지난해 1년간 정훈실장을 지내다 올해 1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두 달 뒤 전역했다. 반면, 지난해 1월 임기를 마치고 전역한 문홍식은 현재 육군 정책자문위원회 정훈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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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사례와는 반대로, 방첩사 인사안이 실행되지 않은 탓에 화를 입은 장성도 있다. 김상환(준장, 법무 14기) 육본 법무실장이 그렇다. 2024년 8월 19일 방첩사는 ‘법무병과 관련 검토 의견’이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이른바 ‘최강욱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상환을 전역시키려는 의도였다.
“법무실장을 집으로 보내라”
공소장에 따르면, 여인형은 방첩부대원들에게 “김상환을 집에 보낼 방안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육사 후배인 김동혁(준장, 육사 54기) 당시 국방부 검찰단장을 법무실장에 앉힐 생각이었다. 이 인사가 이뤄졌다면, 김상환은 계엄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계엄 당시까지 인사가 나지 않은 탓에 육본 장교 33명과 함께 계엄버스에 올랐다.
국방부 징계위원회는 김상환에게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별을 떼이고 대령으로 낮춰진 것이다. 징계처분서에 따르면, 김상환은 법령 해석, 법률 자문 등에 관해 육군참모총장을 보좌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후 ‘지체 없는 계엄해제’를 건의하거나 조언하지 않음으로써 국가공무원법과 성실의무를 위반했다.
2023년 채 해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던 김동혁은 지난해 11월 해병특검(이명현 특별검사)에 의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채 해병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변경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였다. 지난해 7월 직무정지에 이어 12월에는 보직해임됐다. 지난 8월에는 종합특검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재차 기소했다. 박정훈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였다. 박정훈은 지난 1월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국방부 조사본부장(직무대리)으로 영전했다.
방첩사가 만든 각종 인사 관련 문서를 보면 방첩사의 군내 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각 군 인사위원회가 있음에도 지원부대인 방첩사가 사실상 주요 장성 인사를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심지어 방첩사 수장인 여인형은 스스로 육군총장에 오를 셀프 인사안까지 마련하는 등 권력을 남용했다. 나아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더불어 내란의 실무 기획자로 활약했다.
이제 이재명 정부의 국방개혁으로 군 오욕의 상징인 방첩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신설된 국방방첩본부는 방첩·방산 관련 정보활동과 방산·사이버보안 등의 임무만 맡고, 군 장교 동향조사·인사첩보·세평 수집 등 그간 원성을 샀던 업무는 수행하지 않는다. 인사가 만사라는 금언은 군에도 꼭 들어맞는다.
군 종합군수학교장(